동창회 유감, 漢詩
(Daum 블러그는 T스토리에 병합되어 버리고, 나로서는 블러그 관리에 매우 낯설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틈틈히 배워서 블러그 관리를 바로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엊그제 3월 1일 고등학교 입학50주년 기념 반창회를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매우 알차고 일정 진행을 타이트하게 하였다.
서울 동창들이 추진하면서 사전회의를 몇번하고 아주 야무지게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였다.
오랜만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옛 이야기들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집행부에서는 날더러 한시를 한 두 수 준비해오라고 했었다. 이에 나는 절구를 한 수 얽어서 보냈었다.
여기 그 시를 올랴두고자 한다.

공부삼아서 작시 과정을 더 적어본다.
우선 율시로 지어 볼려고 했었는데, 우선 짓기가 훨씬 까다롭고, 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좋ㅈ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다녔던 철도고등학교는 용산구 한강로3가 63번지(당시 기억)에 있었다.
흔히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지만, 아주 영특한 아이들이 전국에서 모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실업계 학교라서 일부는 입학 후 대학진학을 목표로 독학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학제 개편에 따라 1986년 2월, 17회 졸업생을 끝으로 폐교되었다.
나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처음에 전체적인 시상을
첫 구의 의미를 용산역전 또는 한강로변에 철도고로 하고,
제2구는 전국에서 수재들이 모여 열심히 공부했네.
제3구는 각자가 국가의 동량이 되어 톡톡히 제몫을 다하고 모였으니
제4구 이 밤에 축배를 들고 영원히 우정을 다지자... 라는 내용으로 시를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작시 과정에서 내가 너무 초보라서 잘 안되었다. 그래도 퇴고를 거듭하며 시를 조탁해 나갔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래와 같이 지어 보았다.
五十年前鐵道緣
龍山會友自加鞭
焉忘責善恩師訓
今夜同心久久連
그런데 五十年前이라는 표현이 너무 밋밋하다고해서 光陰으로 바꾸고
제2구는 自加鞭을 學加鞭으로 하였다.
제3구는 焉忘을 豈忘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맨처음에 생각했던 각자가 국가에 기여하고 자족한다는 내용이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의문형으로 轉換하면서 성동구장(동대문운동장)의 야구, 교련, 국공립학교체육대회 때 등 응원함성을 잊을 수 있을 수 있으랴로 변경하고 지으려하니 평칙 맞추기가 어려워서 焉忘責善恩師訓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어느 분이 책선보다는 麗澤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의미는 좋지만 친구들에게는 시어가 너무 어려워서 그냥 학교도 폐교되어버린 점을 감안하여 古塾으로 하였다. 麗澤(이택)은 주역 重澤兌卦에 나오는 말로 인접해 있는 두 못이 서로 물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으로, 벗이 서로 도와 학문과 덕을 닦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맨 끝구절에 있어서 다행히 1구에서 "오십년전"을 "오십광음"이라고 고친덕분에 年字를 활용할 수 있어서 이번 오십년에 이어 백년을 기약하자는 뜻에서 此夜擧杯期百年으로 해 보았다.
五十光陰鐵道緣 오십년전 철도로 맺은 인연
龍山會友學加鞭 용산에 벗들 모여 공부에 힘썼네.
焉忘古塾恩師訓 어찌 옛 학교와 스승의 가르침을 잊으리오
此夜擧杯期百年 이 밤 잔들어 또 백년을 기약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