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居然亭

경전선 2024. 10. 19. 12:05

차분한 혼자만의 오전이다.

오늘은 부산의 성신학당에서 조선통신사 옛길을 답사한다고 하기에 나도 동참하려고 했었는데, 기상악화로 배가 뜨지 않아 어제 하루 전에 취소되었다.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한 내 시간이 주어져서 한결 여유롭다.

 

漢詩는 입에서 요물요물..., 수 백 번 씹어보고 생각해 보면 제맛이 난다. 어제는 지인으로부터 우리 고향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정자에 관한 글을 받았는데, 그 정자와 관련된 시를 혼자서 생각해 보고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전남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 가곡마을에 居然亭(거연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우리는 加谷마을을 더실이라고 불렀다. (더할 가)

거연정은 제헌의원을 지낸 李晶來의 부친 이병일(1876~1928)이 지었다. 이병일은 보성에 유배를 왔던 영재 이건창(1852~1898)에게서 수학하였는데, ‘居然이라는 편액을 달았고 아들에게 정자기문은 이건창의 종제인 난곡 이건방(1861~1939)에게 부탁해서 받으라고 유언하였다(이건방이 쓴 거연정기)

그리고 이곳에는 석촌 윤용구(1853~1939)가 쓴 편액과 주련이 있다.

거연정이라는 이름의 정자는 이곳 말고도 전국에 여러 곳 있다. 그만큼 거연이라는 단어가 유명했던가 보다.

 

거연정의 居然朱子詩에서 따 왔다. 그런데 해석이 분분하지만 나는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자 한다.

주자는 1183(54) 武夷山 5曲 隱屛峰 아래에 精舍를 짓고 강학을 하게 된다. 그때 武夷精舍雜詠이라는 여러 수의 시가 있다. 그 첫 번째 시에....

 

琴書四十年(금서사십년) 거문고와 책 읽기를 즐긴 지 사십 년

幾作山中客(기작산중객) 거의 산중 사람 다 되었네.

一日茅棟成(일일모동성) 어느 날 띠 집을 이루니

居然我泉石(거연아천석) 저절로 나는 자연과 어우러졌네.

 

이 시에서 幾作山中客을 몇 번이나 산중 사람이 되었던가라고 해석을 한 곳도 있는데, 아버지, 형님에게서 들은 바대로 거의 산중사람 다되었네로 풀고자 한다.

그리고 一日하루만에도 아니고 어느 날로 풀었다. 또는 하루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居然은 무엇일까? 거연은 저절로’, 또는 문득, 어느덧의 뜻이다.

즉 어느 날(하루는) 띠 집을 한 칸 짓고 보니, 저절로 샘과 돌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더라는 것이다.

泉石山林泉石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윤용구가 쓴 편액을 풀어본다.

閑爲水竹雲山主(한위수죽운산주)

靜得風華雪月權(정득풍화설월권)

한가로움은 물, , 구름, 산의 주인이 되고,

고요히 있으면 바람, , , 달의 권리(천기)를 알 수 있다.

 

邵雍小車吟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에는 꽃의 뜻이 있어서 통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 나절이 간다.

 

끝으로 죽포형님이 쓴 위의 시를 찾아 본다. 2012년에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