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의 유래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으로는 "삼국사기"보다 70여년 전에 씌여진 "가야국기"에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33~89)이 금관가야의 왕비로 시집오면서 차씨와 차를 가져왔다고 나와 있으며 그때 차를 심은 곳은 지금의 김해지방이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말까지 딸이 시집을 가면 아버지가 가마에 차씨를 넣어주어 시댁에 심게 했는데 이는 차나무의 뿌리처럼 깊게 정착하여 지조를 지키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을 무언중에 암시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백제에서는 침류왕 원년인 384년에 마라난타라는 인도의 승려가 불교를 전하면서 지금의 영광 불갑사, 나주 불회사, 벌교 징광사를 창건하고 차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마라난타가 차를 들여와 불교를 전한 옛 백제의 땅 중에 차나무가 자생하기에 알맞은 기후와 풍토를 보이는 호남에 현재 한국 자생차의 80퍼센트가 자생하고 있다. 이후로 주로 스님들이 주로 중국에 법을 구하고 수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를 전하는 형식으로 왕래가 있었다.
중국종이 직접 유입되어 기후조건이 차나무 재배에 적당한 호남과 영남지방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8세기 통일 신라 때로서 당나라에 들어가 선다법을 잇고 돌아온 구산선문의 선승들에 의해서였다. 9세기에 들어와서는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까지 차씨를 가져와 지금의 하동지방에 심었다 하니 우리 나라에 차나무가 들어온 역사는 무려 이천년에 가깝다.
한국차나무
차나무는 우리나라에 들여와 유구한 세월동안 우리 민족에 의해 한반도에서 우리 풍토에 맞게 가꾸어지고 뿌리를 내리게 되었으므로 “자생차나무”라 부른다.
우리 자생차나무는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걸쳐 치자꽃을 닮은 하얀꽃을 피우는데 꽃잎 가운데로 노란 꽃술이 달려 매우 우아하며 향기는 은은하다.
자생 차나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뿌리를 여느 나무보다 깊게 내린다. 대게 자생차나무의 뿌리는 지산으로 자라난 몸체 줄기보다 두 세배는 길다. 이세상의 어떤 나무의 뿌리도 지상의 키보다 더 큰 것은 없다.
둘째, 모든 식물중 유일하게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이다. 이 세상의 어떤 나무도 꽃이 핀 뒤에야 열매를 맺어 그 열매가 씨앗이 된다. 자생차나무만은 전년에 맺은 열매가 그 자리에서 1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렸다가 그해에 새로 피어난 차꽃과 만난다. 그래서 차씨는 맺은지 3년만에 씨앗을 떨구는 나무다.
셋째, 차나무를 잎은 지지만 그 낙엽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사시사철 상록수라도 한 해를 살고나면 낙엽이 되어 갈길을 간다. 침엽수인 소나무, 잣나무, 편백, 삼나무 등도 새잎을 두고 묵은 잎은 변색이 되어 가을 땅바닥에 일제히 내려 앉는다.
넷째, 자생 차나무는 한번 씨앗에서 발아하면 불사신의 나무가 된다. 비옥한 땅이나 평지는 다른 나무들에게 내주고 비전박토나 산비탈을 좋아하며 바위틈이나 돌자갈밭에 곧고 튼튼한 뿌리를 내린다.
야부기다종 차나무
일본의 야부기다종 차나무는 백제와 통일신라 때 우리나라가 전해준 중국종 차나무를 19세기에 육종실험을 통하여 연구 개발한 신품종으로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차의 대량생산에 한 몫 기여한 차나무이다. 야부기다는 육종실험에 의해 개발된 차나무로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에 있어서는 어떤 차나무도 따를 수 없는 다수확 품종이다. 이런 이유로 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고자 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많이 심어 크게 수확을 올린 차나무이다. 일본에도 자생 차나무가 있었으나 차생산량이 저조하고 일본고유의 제다법인 증차(찐차)를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아 오래전부터 재배하지 않아왔다.
우리나라에 야부기다종이 처음 들어온 것은 한일합방 이후이다. 그들은 당시 최고 우량종이었던 야부기다종을 섬나라 일본과 비슷한 기후와 풍토의 한국 서남 해안 일대에 심었다.
해방 후 몇몇 사람들이 일본인들의 적산지를 인수한 뒤, 일본차를 그대로 답습하여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였고 다시 70년대 새마을 사업이 한창일때 이미 생산되고 있는 야부기다 종을 우리 것으로 잘못알고 국산품울 장려한다며 무분별하게 심는 바람에 차 시장의 많은 부분을 야부기다종이 장악하게 되었다.
야부기다종 차나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차나무의 본성인 직근이 거세되고 무성한 횡근, 즉 옆으로 뻗은 뿌리는 가까운 곳의 영양분으로 좋아해서 비료를 써야한다.
둘째, 찻잎의 크기가 재래종 자생 차나무 보다 크고 찻잎의 양 또한 비교할 수 없이 많아서 재래종에 비해 약 30대1 정도이다.
셋째, 한 그루의 차나무에서도 가지들과 잎들이 둥근 모양으로 전지할때마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라난다.
넷째, 야부기다 찻잎은 쪄 놓으면 자생차잎을 쪄 놓은 것 보다 더 짙은 녹색이 나며 풋비린내가 많이난다.
다섯째, 자생 차나무는 파종한 뒤 칠팔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하지만 야부기다종은 삼사년만에 충분한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성수가 된다.
야부기다종 차나무로 만든 녹차, 그린티(green tea)는 일본차 시장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쳐 져패니즈티라 불릴 정도로 차를 대중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대량생산의 폐단은 깊어만갔다.
야부기다종 차나무는 비료를 먹고 자란다. 비료를 먹고 자란 찻잎은 한결 부드럽고 연한 녹색이 완연하다. 그러나 부드러운 찻잎은 조직이 연해서 벌레의 좋은 먹이가 된다. 사람들은 벌레를 제거하기 위하여 살충제를 뿌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벌레는 일단 섬멸되지만 그와 함께 면역성도 높아져서 농약의 강도를 점점 높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녹차 수요가 많은 일본에서는 수전증 환자 발생이 늘어 녹차음용에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부기다종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대규모 차나무 밭의 많은 부분을 점하고 있다. 이런 차밭이나 이른바 ‘다원’의 생산 시설은 당연히 기계화되어 있다. 일본 후지산 주변의 차밭이나 우리나라 대규모 차밭의 모양이 계단식 줄로 조성되어있는 것은 기계로 찻잎은 따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따라서 기계에서 수확한 찻잎은 새순뿐만 아니라 묵은 잎, 쭉정이, 줄기나 가지 등이 섞이게 마련이다. 이를 공장으로 옮겨 쓸만한 나머지를 가루로 내어 작은 우림 봉지에 담은 것이 시중에 대량으로 판매되는 티백 녹차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또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티백 녹차는 중국 등지로부터 싼 가격에 수입된 저질 찻잎을 쓰기도 한다. ‘현미녹차’라는 것은 티백녹차 등과 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녹차에 냄새와 맛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에서 나온 산물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선별된 잎도 대부분 조각 난 것들인데, 따자마자 상처 부위에서 차의 진액이 누출되어 버리고 발효등 변질이 쉽게 시작된다.
출처 : <"지허스님의 차",지허스님,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