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녕재 잡설

5월 초하루...

경전선 2010. 5. 2. 21:02

(향우회 카페에 썼던 글이다)

 

5월 1일....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던가, 신록의 계절, 5월이 되었다. 초하룻날 밤에 몇자 적어 본다.

그야말로 雲淡風輕近午天.... 오늘 날씨는 정말 화창하였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아쉬움과 自慰가 어울어진다.

 

원래는 오늘 고향을 다녀오고 싶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보성 茶鄕祭 참석이다. 사실 나는 그동안 다향제나 가을 소리축제에 한번도 참석을 못했다. 그런데 마침 향우 몇분이 이번에는 꼭 같이 가자고 권유하기에 이번에는 가보고 싶었다.

날짜가 다가올 수록 마음도 설레였다. 그런데 출발 하루 전인 어제 오후.... 갑자기 직장에 긴급 회의가 예고되었다.

 

世事는 항상 순리대로 상식선에서 풀어가야 한다.  (내 직장의 이야기 이지만)왜 그렇게 경직되고, 생색내기를 좋아할까?

웃사람이 한마디 했기로서니, 노조가 또 뭐라고 했기로서니 토요일 오후에 굳이 회의소집을 했어야 했을까? 

그것도 근로자의 날에...., (물론 우리 사회의 노조도 이제는 인식을 새롭게 해 주었으면 한다)

아무튼 많은 직원들이 저마다 가족과의 일정도 있을 것이고, 혹자는 예식 참석 등 개인 일정들이 많을 터인데, 꽃피는 춘삼월 호시절에 급작스런 회의소집을 한단 말인가? 그런 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

 

그 점은 그렇다 치고....

앞서 말한대로 <마음도 설레였다>는 부분은 나로서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길 버스.... 이제 서서히 신록이 짙어가는 고향길 남해 고속도를 달려가리라. 상상만해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다향제 참석버스 분위기가 어떻했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성인들이 탑승했기 때문에 그냥 밋밋하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나는 당일 버스 내 분위기를 보아가며, 판을 깨지 않아야 하는 점에 유의하여 혹시 나에게도 마이크가 찾아 온다면,  우리고향에 대하여 알아보기, 그 중에서도 보성소리와 진도아리랑을 소재로 흥취와 전통문화 상식을 곁들여서 분위기를 유도해 볼 속셈이었다. 그래서 몇가지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그 고매하신(?) 나으리의 한마디에 그냥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물거품이..... 그렇게 되었으니 어찌 오늘 하루가 아쉽지 않으랴....

 

그런데 오늘 회의를 마치고서의 나의 소감은 이런 말씀을 들으려 대전까지 왔는가 하고 회의가 들었다. 泰山鳴動에 鼠一匹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오늘 행사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저녁 귀가 길은 일부러 걸었다. 자동차 기계 문명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걷는 발걸음은 때로는  아주 유익하기도 하다(적어도 내의 경우에는.....). 불현듯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부모노릇을 다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애비를 어려워 하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하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마도 제 자식이 예뻐 보이리라...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 가운데 5월의 초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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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저더러 개인적은 시시콜콜한 글을 이런 곳에 쓰는가 하고 질책하겠지만, 오늘 약속을 못지켜드린 향우회 집행부에 해명과 사과의 말씀 차원에서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