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생각했어야지. 옹졸한 놈.....?
2/22일, 사이버 교육 신청일이 다가온다.
어떻게 해야 되나? 공문만 게시판에 붙여두고 가만히 두어야 하나? 그렇게 되면 과연 몇 명이나 신청할까?
노조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또 틀림없이 거부 대자보가 붙겠지.
고민고민하다가 엊그제 금요일 게시판에 호소하다시피 하는 당부 말씀을 붙였다.
그리고 나서 어제... 쉬는 날,
오후에 직장에 들렸다. 밀린 일도 할겸.....선임과장도 휴일임에도 나와 있었다.
먼저 퇴근하는 선임이 주차장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번 차량이 대낮에 라이트가 켜있는데, 밧데리 소모 방지를 위하여 차량주인을 조회하여 연락을 해보란다.
그 말을 듣고 1층으로 갔다.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려다가 유리문에 크게 확대하여 붙여진 대자보가 눈에 띈다.
아니나 다를까, 전날 붙인 나의 당부말씀에 대한 반박 글이었다. 끝까지 읽어 보았다. 경영평가 노예가 되는 순간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써 있었다.
그 순간 심히 불쾌했다. 나의 순수한 노력이 그들에게 나는 사측의 종놈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는가 보다.
명색이 간부가 꾹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된단 말인가?
나는 유리문을 밀려다가 말고 되돌아 섰다. 받아드릴 준비가 안된 사람들에게 내가 다가가기 싫었다.
내가 차디찬 얼굴들에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내가 뭐랍시고 밧데리가 어떻고 저떻고 하겠는가?
그래서 돌아서 버린 것이다.
우리 직장이 350여명.... 누군가는 잘해 보자고 나서야 할텐데,
잘 해보자고 외치면 나쁜 놈이 되어 버리는 세상이다.
그리고 외쳐봐야 귓가에도 가지 않는 이상한 직장이 되어 버렸다.
그냥 하루하루 아무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어제해왔던 일을 오늘 그대로만 겨우겨우 꾸려가면 된다.
굳이 복잡하게 경영평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그때가서 일이고....
한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불쾌감을 억누르고 한발 다가갔어야 했었지 않았는가?
옹졸하게 거기서 돌아설 것이 아니라,
愛人不親이어든反其仁하고, 治人不治어든 反其智하며, 禮人不答이어든反其敬(맹자 이루장구 상)을 생각하며
한번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울컥하는 마음에 돌아서 버린 것이다. 하긴 그랬으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른다....
지도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겨울해가 뉘였뉘였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되새겨 보노라니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문구가 있었다.
豈得每人悅之(기득매인열지)리오, 但求無愧我心(단구무괴아심)이로다.
결국 나의 평가는 훗날 사람들이 할 일이고, 나는 다만 지도과장으로서 所職에 충실할 뿐이다.
350여명의 소속에 누군가는 잘해 봅시다를 외쳐야 하기 때문이다. 무정부상태가 아닐 바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