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

[스크랩] Re:ㅡ객 지/그대가 오니ㅡㅡㅡㅡㅡ

경전선 2012. 3. 5. 11:59

제가 뭘 많이 알아서가 결코 아니옵고....,

이런 시를 만난 것을 계기삼아 더 찾아보고 정리해 보면 공부가 될 것 같아서 몇자 적습니다.

물론 지속성 없이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이따금씩 들여다보는 공부는 체계도 없고 짜투리가 되기 쉽겠지요.

얼마 전 송재소교수가 당시3백수해설서(전통문화연구회刊)를 냈는데, 그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 봅니다.

 

客至(손님이 오다)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북개춘수)       : 집 남쪽과 집 북쪽은 온통 봄 물인데,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래)라    : 다만 보이는 건 날마다 떼지어 오는 갈메기들

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하고 : 꽃길은 손님 맞으려 쓸어 본 적 없는데

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라    : 사립문 이제 비로소 그대를 위해 열었다오

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요    : 밥상 위 음식엔 시장이 멀어 반찬이 변변찮고 

樽酒家貧只舊(준주가빈지구배)라    : 한 동이 술은 가난한 집이라 탁주 뿐

肯與隣翁相對飮(긍여인옹상대음)이면 : 이웃 집 노인과 상대하여 마실 생각 있으면

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라    : 울 너머로 불러 남은 잔 다 비우네.

 

해석은 책의 내용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런데 더 다듬으면 더 매끄러울 것도 같습니다만.....

아무튼 이시는 두보가 50세 때, 成都에 머물고 있을 때 지은 시랍니다. 성도 외곽에 조그마한 초당을 마련하여 살면서 그나마 비교적 안정된 삶을 보내던 시기이지요. 그렇기 때문인지 한가로운 정취와 진솔한 삶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찾아오는 손님이 누구였느냐는 확실하지 않답니다. 原註에 喜崔明府相過라고 되어 있는데, 두보 모친이 최씨라서 외삼춘이 아닌가 라는 설, 또는 明府는 현령을 지칭하므로 최씨 성을 가진 縣令으로 보기도 한답니다(이게 유력할 듯...). 또는 두보 장인이 찾아 왔을 것이다라는 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집 주변이 온통 물이니 아마도 사람이 찾아오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는 말도 되고, 但見群鷗日日來에서 但字의 의미는 갈매기나 찾아오지 사람은 오지 않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갈매기가 늘 찾아온다는 것은 곧 두보는 (세상의 물욕이나 부귀영화에 초연하여서)  즉 機心이 없다는 뜻도 있답니다(忘機).

緣客掃의 緣은 ~으로 인해서, ~때문에 라는 뜻이고, 蓬門은 가난한 선비의 집을 지칭한답니다.

醅는 술 빚을 배, 맑은 청주가 아닌 탁주를 칭한다고 하군요.

 

강촌의 봄, 가난한 살림 집에 모처럼 큰 손님이 오셨는데, 마땅히 차린 음식도 없고 새로 담근 술도 없지만, 이웃과 함께 어울려 마셔도 괜찮다면 (신분 위 아래 없이) 그들과 함께 할까보다 하면서 진솔한 마음이 그려져 있지요.   

 

참고로 江村이라고 제목이 붙여졌던 두시언해에 번역되었던 시도 

두보가 완화초당에 살 때 지어진 시이지요.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 맑은 강의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니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 긴 여름 강촌의 일마다 그윽하도다.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 절로 가며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 서로 친하며 서로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의 갈매기로다.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 늙은 아내는 종이를 그려 장기판을 만들거늘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든다.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 이천한 몸이 이것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선생님 덕분에 제가 공부 한토막 했네요..... 감사합니다.

출처 : 송파서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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