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 2. 7(토) 아침, 나에게 뜻하지 않는 병이 다가왔다. 이른바 벨 마비(원인불명의 안면신경마비), 그러니까 한방으로는 口眼喎斜이다.
그래서 당일 오후 동의의료원에 입원을 했고 15일만에 퇴원을 했다. 아직 낫지도 않았지만, 치료에 변화를 주기위하여...
그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느낀 점을 몇자 적어 보고자 한다.
병원에서의 14박15일,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우선 직무에서 해방되어 마음은 편안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脾肉之嘆 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은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야 할 사람이 그렇게 병상에 누워 지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 불안감이 왜 없지않으랴 만, 간간히 찾아오는 직장돌료들이나 특히 아내의 극구 만류에 슬그머니 마음을 놓아 버렸다. 아내는 근40여년 동안 직장에 정진했는데 당분간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안히 쉬라는 것이었다. 다산선생은 유배를 당하여 이제야 여가를 얻었다고 하면서 독서에 전념하였다는데, 나도 막상 그런 환경에 처하고 되어 하루이틀 지나면서 점차 그런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다. 그동안 못 보았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답사기행(경남우도편) 등의 책을 보았고 특히 전톤문화연구회 신용호교수님의 한시강의를 들으며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아직은 아픈데 일단 저장해 둔 후 나중에 이어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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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어제 동대구에서 열차타고 내려오면서 심심풀이 삼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이런 내용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 지 조심이 간다만, 이 내용도 일단 저장해 두자.
<부산행 열차에서 노닥거리기>
신나는 나의 휘파람은 언제 불어질련지...
부산행 열차에서 심심풀이 삼아 노닥거려 본다.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느낀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 2월7일, 느닷없이 나에게 안면신경마비가 왔다. 이른바 오른쪽 口眼와斜이다.(와는 입비뚤어질 와)
그래서 오늘로서 31일째..., 뭐 별로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이런 곳에 오픈하는가 하는 분도 있겠지만, 혹시 이런 글이 나와같은 증상을 느꼈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이쯤되면 오픈해도 될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당시에 즉시 동네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뒤 그날 오후에 부산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양한방 합진병원에 입원했다. 그때까지만해도 몰랐었는데, 하룻밤 아니 3~4일 지나고 나니 오히려 증세가 더 심해졌다. 원래 그런다고 한다.
입원7일째 근전도 검사를 했다. 얼굴 좌측에 센서를 부착하고 우측에 전기자극을 주었을 때와 또 그 반대로 했을 때의 근육반응 정도를 측정하는 것 같았다. 67.6이라는데 무슨 뜻인 지 상세히는 모르나 아마 정상적인 상태를 100으로 봤을 때 그에 대한 반응비율 같았다. 아무튼 나는 다행히도 심한 편은 아니라고 했다.
병원에서 무려 14박을 했다. 하필 설날 연휴가 끼어 있어서 퇴원하기 곤란했다. 병명은 <벨 마비>, 원인은 특별한 것 없이 그저 두루뭉실하게 면역력 약화, 스트레스, 냉기누적... 그런 것들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원인불명의 안면신경마비....
병원 생활은 편했다고 본다. 내가 식성이 좋고 특히 업무에서 해방되어 마음은 편한했다. 특히 뇌로 가는 7번신경이 지장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스트레스를 안받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틈틈히 한시공부도 하고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병원에서는 양약도 먹었다. 스테로이드제를 처음 5일간은 12알씩 먹다가 점차 줄여가며 12일간을 먹었고, 항생제(대상포진 관련약)도 10일간 먹었다. 혹시 이 병을 앓게되는 사람은 침에만 의존하지 말고 양방 신경외과 치료도 권하고 싶다.
흔히 찬바람 쏘이지 말라고 하는데, 꼭 그 말뜻 자체보다는 그냥 너무 조급히 마음먹지 말고 푹 쉬는 것이 좋다고 풀이하고 싶다. 물론 인체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치료를 안해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돌아온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말을 믿고 방치할 수도 없고... 나는 처음에 한달 반에서 두달 걸릴 것이라고 했었다.
아무튼 그후 퇴원하여 다른 곳에서 침을 어제까지 통합14회를 맞았다. 이젠 지겨운 생각도 든다.
입모양 만들기 연습을 했는데, 아 애 이 오 우보다 가장 심하게 표시나던 것이 휘파람 입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휘파람이 불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늘 아침에 쬐끔 불어진다. 어제보다는 조금 낫다.
당시에는 우측 눈이 안감기고 음식물도 입에 끼었었는데 이제 거의 낫아간다.
구안와사 카페에 있는 사례들에 비하면 나는 무척이나 다행인 편이다. 그동안 아내가 무척 고마웠고, 투병기간 중에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볼품 없는 사진 두장을 올리면서 이만 줄인다. 입을 다문 현재의 내 모습과 가장 많이 표시나던 휘파람 입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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