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읽은 동화가 생각난다.
옛날에 어느 아버지가 매우 게으르고 욕심만 앞섰던 아들들에게 과수원 땅 밑에 보물을 숨겨 두었는데, 구체적인 위치는 잘 모르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아버지가 죽고나서 아들들은 그 보물을 찾기 위하여 어딘지를 모르기 때문에 힘을 합하여 과수원 전체를 모두 일구고 일를 많이 하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해 과일이 풍년이 들어 아들들은 그때서야 근면함과 형제우애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었음을 느낀게 된 것이다.
이런 동화를 들먹이는 것은 다름아닌 한시 강의 내용 때문이었다.
작년 12월... 대구 동양고전연구소 회원의 등왕각서 성독을 듣다가, 南昌은 故郡이요,洪都는 新府라。星分翼軫하고,地接衡廬하며。襟三江而帶五湖하고,控蠻荊而引甌越이라...에서 형산이 나오는데,
예전에 듣던 송재소 교수의 한시 강의 중에 중국 5악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왔었다. 그때 어디는(?) 제일 볼 만 했고, 반면에 어느 산은 그저그렇더라 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 대목이 생각이 나서 강의 중 찾아보려고 하였지만, 도무지 어느 시를 강의할 때 언급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위로 짐작가는대로 여기였던가? 아니 거긴가? 하는 식으로 뒤져보았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해가 바뀌고....
그렇다면 방법은 방법은 하나, <막고 푸자>. 미련하고 지루할 지 모르지만, 고기를 잡으려면 낚을 것이 아니라 물을 막고 퍼 내자. 아예 처음부터 다시 듣자.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듣기 시각하여 오늘에야 그 부분을 발견했다. 오악 중 화산(서악)이 제일 볼만했고, 남악(형산)이 제일 시시하더란다. 물론 이런 평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주관적인 판단이리라. 다만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들었던 것이, 아예 과수원을 전부를 다 파고 뒤졌던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 본다.
아직 장한가, 촉도난, 병거행은 듣지도 못했지만, 이 정도 선에서 송재소 교수 한시공부는 마쳐야 할 것 같다. 마침 오늘이 3월 1일인데.... 문학보다는 아무래도 경학이 밑밭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학에 치중하고자 한다. 초학자들의 과목이라해서 천자문, 격몽요결, 명심보감 등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좀더 심도있는 사서 공부에 치중하자. 이렇게 삼일절의 밤이 깊어간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화(主和)와 척화(斥和) (0) | 2010.04.13 |
---|---|
남해 설흘산 등산 (0) | 2010.03.24 |
[스크랩] 당신께만... (0) | 2010.03.04 |
노제예법에 대한 성균관 답변 (0) | 2010.03.01 |
路祭 이바구 (0) | 2010.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