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장거리 출타를 하고 이렇게 혼자 남았습니다.
여기저기 컴퓨터를 쳐보다가 앞글에 부채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자 더 적고자 합니다.
지금생각하면 저는 촌놈 출신이라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어릴 때 추억, 시골 정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팔트 위에서만 컷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시골 출신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재산일 것입니다.
저의 선친께서는 유난히 부채를 가까히 하셨습니다.
크지막한 합죽선에서 나오는 바람은 무척 시원했습니다.
특히 여름밤, 저녁을 먹고 한쪽에는 모깃불을 피워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시며
우리들에게 부쳐주시는 부채바람은 참 시원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께서는 우리는 이해도 못할 한문 글을 외우곤 하셨지요.
지금 생각하니 아마 귀거래사나 춘야연도리원서.. 같은 것을 암송하셨겠지요.
요즘 사람들은 일부러 하려해도 못하고 애를써서 배우고 하는 한문 성독을
옛 사람들은 그저 술슬.... 그것이 곧 생활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제가 고등학교 들어가고 조금 철이 들었을 때 어느 여름....
아버지께서는 역시 부채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부채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가 다 기억하지도 못하였지요.
이제 내가 성인이 되고, 한문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야 그 시절 그 문구가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이렇듯 부모가 한 말이 비록 당시에 자식의 눈과 귀로 다 들어가지는 못할지라도
집안 대소사는 물론 선현들의 언행도 한번 설명을 해두고 가르쳐 놓으면
훗날 자식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저의 선친께서 즐겨 쓰시던 부채 글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 형님도 저와 같은 그런 기억 때문인지 즐겨 쓰시지요. 참고하십시요.
채근담에 나오는 말인데요...
林間松韻 石上泉聲 靜裡聽來 識天地自然鳴佩
임간송운 석상천성 정리청래 식천지자연명패
草除煙光 水心雲影 閒中觀去 見乾坤最上文章
초제연광 수심운영 한중관거 견건곤최상문장
숲 사이 솔바람 소리와 바위에 흐르는 샘물 소리를
고요히 들으면 천지 자연의 음악임을 알 수 있고
풀섶 사이의 안개빛과 물 속의 구름 그림자를
한가하게 보면 이 세상 최고의 문장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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