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뒹굴뒹글 오전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일부러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어떤 일에 마음을 쓰면 그 자체가 또하나의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인이 몸이 아파서 직장을 못나간다? 글쎄... 혹자는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는 지는 몰라도, 내 경우에는 과거 언제 병가를 냈었는 지 기억이 없다. 물론 그 사이에 내가 아픈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에는 병원 진료나 약이 워낙 잘 듣고, 또 하룻밤 자고나면 거뜬히 회복되곤 했었기에 직장일을 하루 못할 정도로 아픈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 우선 요즘 내 증상을 보자. 보름전 쯤 내 스스로도 의아함을 느꼈다. 그동안 계속 유지해 오던 체중 82kg이 어느날 84.5kg를 훌쩍 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하여 酸收辛散(산수신산)이라더니 얼마전 식초를 좀 복용했고, 또 요즘 워낙 별다른 운동을 아니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하면서 의문을 두면서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낮이면 늘 몸이 많이 졸렸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가 꾸벅꾸벅 졸기를 많이 했던 것이다. 이것은 식곤증인가 하며 또 지나쳤다.
뿐만이 아니다. 땀을 유난히 많이 흘렸다. 이 점도 그래, 맞아. 더운 여름이니까....하면서 의례히 그려려니 하면서 지나쳤다. 변비도 그렇다. 더 심해졌음에도 나는 원래 변비가 심한 편이니까... 하면서 또 흘려 보내 버렸다.
그러다가 지난 8월2일, 마침 내가 쉬는 날 아이들이 내려 온다고 아내는 시장에 가자고 한다. 집에오니 무척 피곤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깨고나서 거울을 보니 어히쿠.....그때서야 거울을 보니 내 얼굴이 팅팅 부어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 이후 하필 내년에 시집가버리면 언제 오붓하게 우리 네식구 놀러 갈 때가 있겠느냐는 아내의 말에 3일간 모처를 돌아다녔고, 돌아와 미안한 마음으로 또 직장일을 한다. 주변에서는 자꾸 얼굴이 부었다고 하고.... 우선 기운이 없다. 그리고 변비도 부쩍 심해지고... 물론 참아가며 정신력으로 버티면 왜 근무를 못하랴.... 인터넷을 뒤졌다. 검색어는 부종, 무기력... 신장 기능 쪽을 의심하다가 우연히 대화 중에 후배 H가 갑상선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과거 갑상선 기능저하 진단을 받은 적이 생각난다. 그래서 8/11 월요일이 되자 마자 이샘내과로 향했다.
갑상선 초음파검사에서 갑상선 염증이 선명히 나왔고, 왜 염증이 생겼을까요라고 물으니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리고 혈액검사 결과는 그 이튿날 전화 통보 된단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어제... 운전 중에는 전화기를 꺼 두었더니, 병원측에서는 집으로 했다. 병원에 내원하라고... 병원측은 아내에게 갑상선과 간도 좋지 않다고 했는 모양이다. 아내는 무척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그렇쟎아도 동기 A가 요즘 폐암 진단 치료를 받는 중이라서 더 그렇다.
병원에 갔다. 체중 85kg, 혈압150~90(근래 보기드문 수치), 전문지식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갑상선 홀몬분비 자극제 수치(TSH)가 0.4~4.2 정도라는데, 나는 무려 75라고 한다. 2009년도에도 잠깐 갑상선 약을 먹다가 임의로 중단해 버린 적이 있다. 그 때는 7.3이라는 숫치가 기록되어 있었다. 의사는 나에게 이런 몸으로 직장일을 하는냐? 용케도 버티내요 그런다. 이에 갑상선 치료제, 간치료제, 콜레스테롤 치료제 등 세가지를 35일분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일이었다. 18시에 마치면 다시 익일(오늘) 당장 04:08분 출근해서 동대구를 다녀와야 하고 내일은 다시 야간근무까지 해야 한다. 약을 한 봉지 먹었다고는 하지만 몸은 촤~악 깔아지고 정말 하루 쉬고 싶었다. 더구나 사업 다이아도 좋지 않다. 己所不欲을 勿施於人하라(기소불욕, 물시어인) 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하지 말라는 논어 구절이 나를 망설이게 한다. 근무를 바꾸어 품앗이 하자는 것도 아니고, 나는 쉴 테니까 내 몫은 당신이 좀 하시오 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고민고민하다가 그래도 나보다 연상인 K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세상엔 고마운 분들이 많다. 첫말에 그 분은 흔쾌히 승낙을 하신다. 사실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어렵게 꺼냈었다. 소장님도 그렇다. 어제 소장님이 부재 중이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전화를 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제가 부재 중에 이러이러해서 병가 신청을 해 놓고 왔습니다. 하루만 좀 쉬고 싶습니다 했더니, 흔쾌히 양해하신다. 몸부터 추스려야 그래야 더 열심히 일할 것 아니냐 하신다.
옛말에 쌩감(생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고 했다. 내가 이제 나이가 들었는가? 분임원들에게는 행여 오해받기 쉬운 위장병가는 내지 말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마음은 다소 편하지 않다. 꾸역꾸역 참아가며 근무하면 왜 또 하루를 근무 못하랴 만은 그렇게 되었을 때 아내의 생각은 나와는 다르다. 나는 이유없이 난청도 있다. 도대체 당신 직장은 귀가 어두어 지고 몸이 붓도록 일을 하고, 아파도 쉬지도 못하느냐고 할 것이다.... 글쎄.....
아녀자는 나의 직장 환경을 모른다. 아무튼 오후에는 가까운 곳에 산보라도 하면서 몸을 추스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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